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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9-25 15:00

<르포> "추석…?" 태풍 피해현장의 한숨

글쓴이 : 나누리시스…

"다 날아갔는디 추석을 어떻게 쇠겠소?"
25일 오후 전남 완도군 망남리의 한 해변에서 전복 가두리 양식장 작업을 하던 장인진(55.여) 씨는 안부를 묻자 한숨만 내쉬었다.
지난달 26일 태풍 '볼라벤'이 모든 것을 앗아가고 한 달이 지났지만 피해 어민들의 한숨은 꺼질 줄 몰랐다.
망남리 입구 해안에는 파도에 떠밀려온 가두리 양식장 잔해로 한 달 전보다 더 많은 가두리 시설물이 밀려와 있었다.
각종 부표와 플라스틱 구조물들이 얽혀 중장비가 없으면 치울 수 없다.
이 때문에 마을 입구에서 30년째 조선소를 운영하는 한점엽(59.여) 씨는 한 달째 일손을 놓고 있다.
가두리 잔해가 조선소 앞 선착장을 덮쳐 선박을 뭍으로 이동하는 레일 55m가 그대로 물에 잠겼다.
조선소로 밀려든 엄청난 잔해로 구체적인 피해 규모도 알 수 없고 설사 잔해를 다 치운다 해도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였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정부의 재해 보상 대상에서도 제외된 데다 보험도 들어 있지 않아 한 씨의 가슴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한 씨는 "가두리 양식 어민들이야 어떻게든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겠지만 우리는 그렇 수 없어 2차 피해를 보고 있다"며 "세금도 꼬박꼬박 내서 뭔가 보상이 있을 줄 알았는데 군청에서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연락을 받고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추석은 다가오는데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추석을 쇨 수 있겠냐?"며 "가두리 잔해만이라도 빨리 치워 줬으면 좋겠다"고 막막한 표정을 지었다.
태풍으로 가두리 양식장을 모두 잃은 장인진 씨는 일당을 받고 가두리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대출을 받아 새로 자신의 가두리를 만들고 싶지만 대출 조건이 워낙 까다로워 받을 수 없다.
장 씨는 "재난재해지역으로 선포돼도 융자받기 힘들어 문제"라며 "빚이라도 내서 회생해야 하는데 다 날아가 버려 하고 싶어도 못할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8년전 귀농한 우민안(33) 씨도 "추석이 다가오는데 올해는 예년과 달리 좋은 분위기에서 보낼 수 없을 것 같다"며 "2~3년은 더 키워야 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연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