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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10-09 14:35
<`화약고' 화학공장>③"설마 내가 사는 곳에도…"
 글쓴이 : 나누리시스…
조회 : 2,452  
전국 곳곳의 화학공장이 주택가 가까이에 있어 '제2의 구미 사고' 우려를 낳고 있다.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에는 모두 1천662개의 업체가 입주해 있다.
화학사고 우려가 있는 석유화학업체는 모두 172곳으로 전체의 10.3%를 차지한다.
이들 석유화학업체는 대부분 주택가와 인접해 있다.
일부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학교, 어린이집이 있는 주거지와 마주 보고 있기도 하다.
한국산업단지공단 대경권본부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대부분 반도체나 기계 세척에 사용하는 불산, 요오드화 칼륨 등 독성 화공약품을 취급하고 있다.
사고발생 이후 이 업체들을 비롯해 주변 기업의 관계자들은 대경권본부에 화학사고 대응 방안을 묻는 등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구미공단 곳곳에 독극물을 사용하는 화공업체가 도사리고 있지만 구미시청은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관리한다는 이유로 아직 현황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구미시 투자통상과의 한 관계자는 7일 "이른 시일 내에 현황을 파악하겠다"고 해명했다.
국가 최대 산업단지 울산의 상황도 녹록하지 않다.
울산시 집계에 따르면 불산 취급 사업장은 후성, 솔베이케미칼, 고려아연 등 6곳으로 연간 총 사용량이 1만5천110t이다. 구미 사고에서 누출된 불산 8t의 1천889배가 되는 양이다.
구미 사고가 난 지 6일 만인 지난 3일 후성의 NF3(삼불화질소) 반도체 세정가스 충전소에서 순간적인 폭발로 화재가 발생, 근로자 1명이 화상을 입었다.
최근 5년간 울산 국가산업단지에서 발생한 화재·폭발사고는 188건. 사망 4명 포함해 42명의 인명피해와 38억9400여만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평균 9.7일에 한번 꼴로 사고가 터진 셈이다.
울산미포국가공단과 온산공단 등 2개 국가공단에 있는 유독물 취급업체는 471곳이다.
이들 기업에서 지난 한해 유통한 유독물은 전국 1억243만2천965t의 33.6%에 해당하는 3천445만2천479t이다.
이들 기업에서는 초산, 황산, 염산, 염소, 암모니아 등 138종의 유독물을 취급하고 있다.
유류를 비롯한 액체 위험물은 6천185개 시설에 2천116만5천469㎘가 저장돼 있다. 전국 저장량의 35%에 달한다.
이들 국가공단은 울산 도심과 1∼5㎞ 거리에 있어 자칫 대형 사고가 나면 큰 피해가 우려된다.
문제는 울산지역 화학업체 대부분이 60, 70년대 건설돼 노후화로 말미암은 사고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인천의 형편도 마찬가지다.
인천에는 총 465개 화학공장이 있다.
이 가운데 146개가 공업단지 안에 있고 나머지 319개는 공단 외 지역에 있다.
인천 서구의 제조업체 16곳과 사용업체 43곳 등 총 140개 유독물 취급 업체는 주택가 인근이나 도로변에 있다.
이들 업체는 화학물로 부유물질을 탈취하는 도금업체, 화학제조공장 등이 대부분이다.
서구는 지난 8월 경서동 페인트 원료 창고 공장 화재 이후 위험물 취급업소에 대한 특별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서구의 한 관계자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공장이 2번째로 많은 지역이다 보니 유독물 취급 업체도 상대적으로 많다"며 "정기 점검을 통해 철저하게 위험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산재한 유독물 취급업체를 한 곳으로 이전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비용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전남 여수국가산단에는 224개 화학업체가 입주해 있다.
이들 회사는 유해화학물질(황산, 암모니아, 염산 등), 위험물(휘발유, 경유, 톨루엔, 벤젠), 독성가스(포스겐, 염소) 등을 다루고 있다.
대부분 공장에 크고 작은 저장시설 등이 있어 유독물 누출 사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경북대 화학과 정종화 교수는 "유독성 화학물질을 처리하는 공장을 계곡 같은 곳에 격리해 2차 피해를 막는 것이 안전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불산과 같이 기체로 변할 수 있는 물질은 중화가 어려워 사고 발생 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며 "애초부터 주거지역과 이격거리를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환경연구소 서울본부 김정수 부소장은 "유사 사고에 대비해 공장과 가까운 주거지는 일정거리 이주하도록 조치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미시청과 정부 당국은 관계 법령이 없다는 이유로 주거지 옆에 화학업체가 들어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